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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뉴스레터] 나건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 인터뷰 : 글로벌 미래 도시 부산, 브랜드와 디자인의 역할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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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2024-08-20 15:18:30
글로벌 미래 도시 부산, 브랜드와 디자인의 역할을 말하다
나건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
최근 부산시는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한 경관 디자인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시디자인 분야에서의 혁신은 부산이 목표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되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점에서, 부산 도시브랜드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 부산 도시디자인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나건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를 만나 부산 도시브랜드 탄생 배경과 부산 도시디자인의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건 교수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 (2023~현재)
세계디자인기구(WDO) 이사 (2023~현재)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2023)
세계디자인수도서울 총감독 (2010)
레드닷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 (2009~현재)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 직책을 맡고 계십니다. 취임 이후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로서 처음 직책을 맡았을 때, 부산시는 디자인에 대한 전체적인 조직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디자인과 관련된 전문적인 조언이나 자문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를 위해 프로젝트별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부산시 디자인의 콘셉트 조정 단계부터 함께해오지 않았기에 초반에는 진행 과정에 있어 시행착오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집중했고, 현재는 미래디자인본부와 함께 부산 전역의 도시디자인 작업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세계디자인수도서울 총감독 등 여러 도시에서 활동을 해오셨는데 다른 도시와 비교해 부산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부산은 산, 강,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 자연의 도시로, 자연과 역사, 문화,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부산이라는 도시가 형성됐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부산은 융합 도시의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6.25 전쟁을 거치며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든 부산은 다양한 지역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장소가 되었고, 이는 부산이 지역 편견을 깰 수 있는 일종의 ‘멜팅팟(Melting Pot)’ 역할을 하는 도시임을 보여줍니다. 저는 부산을 표현할 때 ‘팔색조’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부산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서, 변화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밝은 부분부터 어두운 부분까지 변화해 가는 농도의 단계) 같은 독특함과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그런 부산만의 매력이 도시브랜드 개발에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팔색조처럼 다양한 매력과, 각기 다른 매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라데이션 같은 특성을 가진 부산의 특별함을 도시브랜드에 담고자 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부산 전역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죠.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이 바로 ‘좋다(Good)’라는 단어입니다. 부산이 가진 많은 장점을 표현하기에 ‘좋다’는 매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뉴욕이나 서울 같은 유명 도시브랜드 슬로건도 결국 ‘우리 도시가 좋다’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습니까. 전 세계 도시브랜드가 놓친 단어가 바로 이 ‘좋다’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인 셈이죠. 그래서 부산의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가 부산을 ‘좋은 도시’라고 느낀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디자인은 아무리 좋은 안이 나오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를 선택해 주신 시민들과 시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다이나믹 부산’이라는 오랜 시간 각인된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시브랜드 슬로건을 만들기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합니다. ‘다이나믹 부산(Dynamic Busan)’이라는 슬로건처럼 부산은 역동성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시이지만,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슬로건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거칠 때는 성장기에 맞는 슬로건이 필요하고, 안정기로 나아갈 때는 그에 맞는 성숙한 슬로건이 필요합니다. 부산은 이제 글로벌 허브도시로서, 대한민국 발전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부산의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한 도시브랜드 슬로건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이나믹’을 넘어서는 부산을 표현할 단어를 찾았고, 부산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종합적으로 담아내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부산 도시브랜드의 디자인적인 특징을 소개해 주세요.
이전의 도시브랜드 로고는 갈매기와 바다 등 부산을 표현하는 단편적인 이미지만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내기에 이런 일차원적인 요소로는 부족했죠. 그래서 새로운 디자인에는 부산(BUSAN)의 영문자 이니셜 B, S를 모티브로 하여, 부산이 지닌 역동성과 개방성을 담아내기 위해 평면이 아닌 입체적인 디자인 요소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타 도시나 지자체를 통틀어서 도시브랜드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첫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획기적인 로고가 채택됐다는 것은 부산이 더 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산시 도시브랜드 총괄 디자이너에서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도시브랜드 총괄 디자이너의 역할은 도시브랜드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총괄이었으나, 부산시 총괄 디자이너를 맡으며 역할과 업무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현재는 부산시 전체의 디자인 이슈를 총괄하며, 작게는 개발된 도시브랜드를 도시에 적용하는 문제부터 크게는 부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디자인 이슈에 관한 자문을 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디자인, 건축디자인 등 여러 분야에서 부산만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디자인을 구현하여 도시를 차별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역할은 부산시 도시디자인의 ‘컨트롤 타워’로서, 의사결정자들에게 전략적 조언을 제공하는 ‘어드바이저’의 역할과 실무자들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 수행을 도와주는 ‘멘토’의 역할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시브랜드와 도시디자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시브랜드는 도시를 이끌어가기 위한 행군 깃발과 같고, 도시디자인은 그 뒤에서 기수를 따르는 다양한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색상, 관광지 개발, 운송 수단 등 도시의 모든 시각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를 포함합니다. 따라서 도시브랜드가 설정된 후, 다음 단계에서 해당 브랜드에 적합한 건물이나 조형물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기수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하는 것처럼, 도시디자인도 도시브랜드의 방향에 맞게 설정되어야 하는 것이죠. 부산도 마찬가지로, ‘부산이라 좋다(Busan is Good)’라는 도시브랜드가 부산시 도시디자인의 기준점으로 작용해야, 일관된 부산의 이미지를 정립할 수 있습니다.
부산시 도시디자인의 핵심 사업인 도시비우기는 무엇인가요?
선진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방문객들에게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해야 합니다. 1960, 70년대에는 복잡하고 꽉 차 있는 것이 부산의 매력이었으나, 도시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질서 정연한 선진도시의 면모를 갖출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복잡한 요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시민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더 나은 도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도시비우기는 기존의 도시 이미지를 완전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편성을 통해 심미성과 편의성을 갖추는 작업입니다. 이는 부산의 도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 됩니다.
도시비우기는 결과적으로 보행자 중심 도시를 만듭니다.
최근 선진국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점점 좁히고, 보행자에게 편안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아직 보행자들을 위한 편안한 도로가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행자 중심 도시라기보다는 보행자 ‘조심’ 도시에 가깝죠. 보행자가 중심이 되는 도시에서는 자전거가 보행자에게 길을 양보하고, 자동차가 자전거에 길을 양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도시디자인 개선을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고, 심미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살기 좋은 도시가 구축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도시디자인이 부산에 어떤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을까요?
도시디자인의 가치는 보기 좋은 도시디자인이 안전한 도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도시디자인은 연쇄적으로 작용합니다. 사람들이 보행에 안정감을 느끼면 더 많이 걷게 되고, 보행 활동의 증가는 인근 상점과 음식점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부산시 도시디자인을 위해 부산디자인진흥원이 특별히 관심 가져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부산디자인진흥원은 부산 유일의 디자인 기관으로서, 부산의 디자인을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산의 여러 기관과 산업계, 시민들 전체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실질적으로 우리 생활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디자인 정보의 핵심이자 ‘씽크탱크(Think Tank)’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부산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의 발신 기지로 작용한다면, 시 차원에서도 효율적으로 디자인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부산의 글로벌 디자인 도시화를 위한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산은 현재 2028년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 WDC)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디자인수도의 ‘수도(Capital)’는 정치적인 수도가 아니라 디자인 중심 도시를 의미합니다. 또한, WDC는 디자인의 완성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가 디자인을 통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잠재력을 기준으로 타이틀을 부여하죠. 그렇기에 부산은 이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이 WDC로 선정된다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청년들의 유입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부산의 잠재력은 무한하며, 디자인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가져오는 전략적인 노력이 될 것입니다. 이렇듯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면, 부산은 디자인을 통해 미래 혁신을 이루는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